대법원, 원고승소 원심확정
건물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자가 배당받는 게 어려워지자 형식적인 임대차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을 근거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달 22일 선순위 담보권자인 A은행이 후순위 담보권자 B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2011다84298)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권자가 채무자 소유의 목적물에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돼 유치권의 성립에 의해 저당권자 등이 불이익을 입을 것을 잘 알면서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해 채무자와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키고 목적물을 점유하게 돼 유치권이 성립했다면,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 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은행으로서는 채무자 C물산이 A은행에 대해 연체하고 있는 제1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71억여원으로 이 사건 건물의 감정가액인 51억여원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고, 임대차 계약이 보증금 없이 월 임료 300만원에 체결돼 통상적인 임대차계약에 비해 임대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며 “B은행은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A은행의 신청에 의해 건물에 대한 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유치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이전받았으므로 유치권 주장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사 소유의 건물에 대한 2순위 근저당권자인 B은행은 2006년 12월 C사 소유 수산물에 대해 양도담보를 설정했고, 2008년 12월 C사가 이미 채무초과인 상태인 걸 알면서도 수산물 관리를 구실로 C사 소유의 건물을 임대했다. 2009년 4월 건물에 대해 경매가 이뤄진 뒤 1순위 근저당권과 경매절차상 지위를 승계받은 A은행이 건물의 인도를 요구하자 건물임대차 계약에 의해 건물을 점유하고 있던 B은행은 유치권을 주장하며 거절했다.
좌영길 기자 jyg97@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