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감정의 유형과 특성, 그리고 유형에 따른 기준시점 - 김채영변호사
‘감정’이란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한 학식경험을 가진 제3자로부터 학문적 지식에 기하여 법률, 관습, 경험법칙의 존부 및 그것들을 적용하여 얻은 판단의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증거방법을 말한다. 이는 법관이 재판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갖출 수 없으므로 보조를 받는 것으로서 중요한 증거방법의 기능을 하고 있다.
소송상 행해지는 감정은 전제사실과 관련하여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감정인이 법원에 대하여 어떤 사실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추상적 지식만을 제공하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적용은 하지 않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특정질병이나 체질에 관한 의료적 지식의 자문을 구하는 경우 등이다.
둘째, 감정인이 지식을 적용할 전제사실을 법원에서 제공하고 감정인은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분석을 행하여 구체적인 감정의견을 제출하는 경우로서, 예를 들어 사망 당시의 사실관계가 확정된 상태에서의 사망원인 감정, 측량 감정, 시가감정, 문서감정 등이다.
셋째, 감정의 전제사실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인이 주도적으로 사실을 인식,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감정의견을 산출하여 법원에 보고하는 경우로서, 예를 들어 건설소송에서의 감정 대부분이 이에 해당되며, 하자감정, 공사비 적산감정, 기성고 감정, 인접지공사로 인한 피해감정 등이다.
첫째와 둘째의 일반감정과 셋째의 건설감정은 감정인에게 실질적인 사실인정권한을 넘겨주는 셈이 되는지 여부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사실인정권한을 부여받은 셋째 건설감정은 감정인이 사실인정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한이 되도록 막아야 한다는 감정제도 본래의 기능에서 보면 법원의 특별한 관여가 필요하게 된다.
감정의 유형과 특성
건설감정은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건설시공과 관련하여 공사가 중단된 경우의 기성고 감정과, 미완성부분의 공사비를 산정하는 공사비 적산감정(추가공사비 감정)이다. 둘째, 완공된 건물의 하자와 관련하여 그 하자의 발생과 보수공사비를 산정하는 하자감정이다. 셋째, 건축물의 유지와 관련하여 건축물의 손상에 대한 원인 또는 상태의 감정 등이 있다. 이러한 3가지 유형을 복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감정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감정의 목적이 세 유형 중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 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건설감정의 특성은 분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감정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감정할 사항이 양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볼 수 없는 벽체의 내부구조의 경우 이에 대해서는 특수한 공법을 동원하여야 하고 설계 기초공사, 각종 본공사 등 순차적 공정에 따른 시공내용과 책임을 판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감정사항 및 감정내용이 복잡하게 된다.
둘째, 감정의 전제조건, 즉 계약내용이나 변경사항 등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계약이나 설계변경 등 전제조건에 따라 감정결과가 결정되므로 전제조건이 변하면 감정결과가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감정비용이 수천만 원 이상의 상당한 고액인 경우가 많고 감정기간도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재감정이나 감정결과에 대한 실증적 검증은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도 감정절차가 아예 위법한 경우 외에는 재감정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감정결과상 보충 또는 수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감정보충서 등에 의해 해결한다.
유형에 따른 감정의 기준시점
감정 시에 금액산정의 시점을 어디로 할 것인가에 따라 공사금액의 차이가 상당히 날 수 있으므로 감정의 기준시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공사비산정의 기준시점은 공사계약상 공사비지급시기가 정해져있다면 그 약정된 공사비지급시점이 기준이 되고 그러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공사잔대금 청구는 공사의 완공 및 인도 시, 기성고 청구는 공사계약 해제 시, 추가공사비 청구는 추가공사완료시, 하자보수비 청구는 하자보수 청구시가 각 기준이 되어 청구의 내용에 따라 기준시점이 달라진다.
따라서 감정기일에 그 기준시점의 확정을 명확히 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위 시점이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고 양자의 합의를 한 후 그 내용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변경할 수 있다. 감정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기준을 찾아 양자의 합의를 유도하고 이를 조서에 남겨 분쟁을 방지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