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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소송/관련 판례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23)건설; 법률신문



[201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3)건설
장성원 부장판사(서울고법)


1.신축건물의 소유권변동과 부당이득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3933 판결

〈判決要旨〉
건물신축의 공사가 진행되다가 독립한 부동산인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계에서 중지된 것을 제3자가 이어받아 계속 진행함으로써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경우, 신축 중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은 민법 제261조, 제257조, 제259조를 준용하여 원시취득자에 대하여 부당이득 관련규정에 기하여 소유권의 상실에 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解說〉
건축공사가 중단된 미완성의 건물을 인도받아 잔여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결정하는 판단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독립한 부동산인 건물로서의 요건(형태와 구조)을 갖춘 상태를 기준으로 완성된 건물의 소유자, 즉 원시취득자가 결정된다는 판시를 하여왔다(2005. 7. 15. 선고 2005다19415 판결, 2006. 5. 12. 선고 2005다68783 판결). 이에 따르면 원래의 건축주는 중단 시점에서 독립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춘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건물 자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어 손실을 입게 되고, 반면 공사를 속행하여 건물을 완성함으로써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자는 자신이 기여하지 않은 기성부분의 성과에까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익을 얻게 된다. 대개는 건축주명의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신구건축주 사이에 정산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그러한 정산이 행해지지 않은 경우 양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법리가 요구된다.

대상판결은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공사를 중단한 뒤 새로운 건축주의 공사속행에 의하여 독립한 부동산인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게 되면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상판결에 의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의 소유권이 어떠한 시점에서 변동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사중단과 아울러 구건축주가 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새로운 건축주가 그 권리를 곧바로 취득하게 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실체를 갖출 때까지는 소유권이 원래의 건축주에게 유보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현실적으로는 건축주명의변경의 시점에 따라 소유관계가 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여하튼 신축건물의 공사가 진행되어 독립한 부동산으로서 요건을 구비하면 소유권은 새로운 건축주가 취득하게 되고, 이 경우 대상판결은 원래의 건축주가 민법 제261조, 제257조, 259조를 근거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쟁점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판례로는 최초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9. 9. 24. 선고 299다15602 판결은 부동산의 부합에 관한 법리가 건물의 증축이나 신축의 경우에 적용될 수 있고, 민법 제261조에 의한 보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1조 자체의 요건만이 아니라 부당이득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새로운 건축주가 원래의 건축주의 기여 부분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권원이 입증되지 않는 한 부당이득의 요건은 비교적 용이하게 충족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부당이득액은 원래의 건축주가 실제로 투입한 공사자금이 아니라 공사의 결과물인 미완성건물의 객관적 가액을 평가하여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 공사대금채무와 동시 이행관계에 있는 채무의 범위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다35152 판결

〈判決要旨〉
도급인이 자신 소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수급인으로 하여금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도록 한 사안에서, 수급인의 근저당권 말소의무는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에 대하여 도급계약상 고유한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는 아니지만, 이행상의 견련관계가 인정되어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나아가 수급인이 근저당권 말소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도급인이 대출금을 대위변제함으로써 수급인이 지게된 구상금채무도 근저당권 말소의무의 변형물로서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解說〉
대법원은 동시이행 항변권의 제도적 취지가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입각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쌍무계약에 있어 고유의 대가관계가 있는 채무가 아니라도 구체적 계약관계의 약정내용에 따라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다(1992. 8. 18. 선고 91다30927 판결 등).

본래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의 공사대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의무는 목적물인도의무이다. 그런데 수급인의 공사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도급인 소유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여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 공사대금의 선급과 같은 기능을 하고, 근저당권 설정은 공사대금의 지급과 서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수급인이 공사대금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도급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뿐만 아니라 근저당권을 말소시켜 자금지원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할 의무와의 견련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대금지급 이후 도급인이 근저당권의 실행을 막기 위하여 대출금을 변제하여야 하는 이중지급의 위험에 빠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공사대금지급의무와 근저당권 말소의무 사이에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의 후단부는 전단부에서 설시한 법리로부터 논리적으로 파생되는 귀결이다. 과거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가압류기입등기말소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었는데 매수인이 가압류채권액을 변제공탁한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담하는 구상채무는 ‘가압류기입등기말소의무의 변형’으로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대가적 의미가 있어 동시이행관계에 있고(2001. 3. 27. 선고 2000다43819 판결), 매수인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면서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하였는데 매도인이 그 채무를 대신 변제하였다면 그로 인한 매수인의 매도인에 대한 구상채무는 ‘인수채무의 변형’으로서 ‘매매대금 지급채무에 갈음한 것의 변형’이므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판시(2007. 6. 14. 선고 2007다3285 판결)하였는바, 대상판결은 이들 판결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3. 선급금의 법률관계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7다31211 판결

〈判決要旨〉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3조 제1항에서 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제44조 제5항에서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수급인은 미정산 선급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도급인은 위 금액과 기성공사대금을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다만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 하도급대가를 직접 지급하는 경우 하도급대가의 지급 후 잔액이 있을 때에는 이와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사안에서, 도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에 해당하는 금원은 선급금 충당의 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내역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예외적 정산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解說〉
선급금은 선급 공사대금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지급과 동시에 공사대금에 전액 변제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기성부분의 대가 지급시마다 계약금액에 대한 기성부분의 대가상당액 비율로 정산하도록 약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산된 선급금은 공사대금의 변제에 충당되어 소멸하고, 정산되지 않은 선급금은 다음 기성부분의 대가지급시 정산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한편 도급계약이 약정대로 이행되지 못하여 해지되는 경우 수급인은 정산으로 소멸되고 남은 선급금의 반환채무를 부담하고, 도급인은 미지급한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채무를 부담하는데, 양 채무 사이의 관계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이래 “공사도급계약에서 수수되는 선급금은 구체적 기성고와 관련하여 지급된 공사대금이 아니라 전체 공사와 관련하여 지급된 공사대금이고, 선급금을 지급한 후 계약이 해제·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선급금을 반환할 사유가 발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도 그 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 중 미지급액은 선급금으로 ‘당연 충당’되고, 나머지 공사대금이 있으면 도급인이 그 금액에 한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며, 선급금이 미지급공사대금에 충당되고 남는다면 그 남은 선금에 관하여 도급인이 반환채권을 가진다”는 판시를 거듭하면서, 다만 “선급금 충당 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내역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하도급계약 당사자의 약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2004. 6. 10. 선고 2003다69713 판결). 본래 도급인과 수급인은 각자 미정산 선급금반환채권과 미지급 기성대금채권을 가지고 서로 상계할 수 있을 터인데, 양 채권이 상호 고도의 견련성을 갖고 이에 대한 거래당사자의 기대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인정되는 이른바 ‘공제의 법리’(임대차보증금 반환시 연체 차임채무의 당연 공제 등)가 선급금에도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공제가 인정되는 경우라도 실제 공제 여부나 시기, 대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정해질 수 있으므로, 당연 충당의 법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약정이 있으면 다른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대상판결은 도급인이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따라 하수급인의 시공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에 해당하는 금원은 선급금충당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적 정산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근거로서 대법원은 하도급대금의 실질적 지급보장이라는 일반조건의 취지와 도급인이 선급금의 충당에 우선하여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 온 거래계의 관행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한다(보다 상세한 논거는 호제훈,「공사계약 일반조건 제44조 제5항 단서를 미정산 선급금 충당의 예외적 정산약정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참조). 따라서 이와 같은 예외적 정산약정이 있다고 보는 경우 도급인은 미정산선급금이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되었음을 이유로 하수급인에게 부담하는 하도급대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게 된다.

4. 지체상금과 다른 손해배상의 관계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1137,41144 판결

〈判決要旨〉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 지체상금에 관한 규정과 별도로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지체상금약정은 완공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하였다고 해석할 것이고, 수급인이 공사를 부실하게 한 것과 같은 불완전급부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그것이 부실공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완공의 지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닌 한 지체상금약정이 아니라 손해배상약정에 기하여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는 민법 제393조 등과 같은 범위 확정에 관한 일반법리에 의하여 정해지고, 지체상금액에 제한되지 않는다.

〈解說〉
건설교통부 고시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일반조건’ 제27조는 지체상금에 관하여 지체일수마다 지체상금률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제33조 제2항은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상대방에게 그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양자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바, 계약조항의 문언 및 체계를 고려할 때 공사지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부실시공 등의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에 해당)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상금 규정과 관계없이, 지체상금 규정에 의한 금액의 제한을 받지 않고 일반 채무불이행의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지체상금 외에 별도로 계약보증금에 관한 약정, 즉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보증금을 도급인에게 귀속시키는 약정이 있는 경우 수급인의 동일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계약보증금과 별도로 지체상금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손해가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약정한 경우에는 계약보증금과 별도로 지체상금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바(1999. 8. 20. 선고 98다28886 판결),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종래의 판시와 유사한 논리에 터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집합건물에 관한 하자담보추급권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8다88368 판결

〈判決要旨〉
입주자대표회의인 원고가 집합건물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는 전제 하에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 계속 중에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아 양수금청구를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추가하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경우, 원고가 당초에 제기한 이 사건 소는 권리 없는 자가 한 것이어서 구분소유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행사되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든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으며, 달리 구분소유자들이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원고가 양수금의 청구를 구하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시점에 행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부터 역산하여 이 사건 아파트가 10년 내에 인도된 것이 아니라면 하자담보추급권은 제척기간 만료로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解說〉
대법원은 이미 입주자대표회의에게는 하자보수청구권만 인정되고, 하자담보추급권은 구분소유자 고유의 권리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구분소유자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양수금청구를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2006. 8. 24. 선고 2004다2080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를 견지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청구권원으로 하자담보추급권만을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할 경우 이는 무권리자의 행위에 불과하여 제척기간 준수의 요건에 해당하는 재판상의 권리행사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구분소유자로부터 채권양도를 받아 양수금청구로 청구원인을 변경하거나 예비적 청구원인을 추가하였을 때에 비로소 적법한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시점에서 역산하여 10년 내에 공동주택이 입주자들에게 인도된 것이 아니하면 구분소유자의 손해배상채권은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한다(2009. 5. 28. 선고 2008다86232 판결, 2009. 6.11. 선고 2008다92466 판결).

한편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집합건물법 제9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제척기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집합건물의 분양자가 현재의 구분소유자에게 부담하는 법정책임으로서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 대상이 되는데(2008. 12. 11. 선고 2008다12439 판결),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하여도 대법원(2009. 2. 12. 선고 2008다84229 판결, 2009. 2. 26. 선고 2007다83908 판결)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집합건물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의 권리자라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가 청구취지 및 원인을 양수금으로 변경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채권양도가 있기 전까지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무권리자인 입주자대표회의에 의한 소제기로 법률상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길 수 없고, 채권양도를 받아 정당한 권리자로서 양수금으로 청구를 변경한 날에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제척기간 준수의 경우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였다.

그런데 대략 2009년 상반기까지 서울고등법원의 건설전담재판부를 비롯한 하급심의 실무례는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사무소가 소 제기 이전에 사업시행자나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를 요구한 사정이 입증되면 이를 구분소유자를 대신하여 한 재판외의 권리행사로 보아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질에 있어서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으로 기능하고 아파트 하자보수와 관련하여 구분소유자들의 대리인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는 현실과, 소멸시효 중단과는 달리 제척기간 준수의 요건에는 ‘재판외의 권리행사’도 포함되는데 재판외의 권리행사는 재판상 청구와 같이 절차적 요건을 엄격히 준수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구분소유자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법리를 구성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대법원도 일부 판결(2008. 12. 11. 선고 2008다12439 판결, 2009. 1. 30. 선고 2008다39939 판결)에서 구분소유자들이 직접 하자보수청구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가 구분소유자들을 ‘대신하여’ 하자보수를 요청한 점을 들어 제척기간이 준수되었다고 판단한 1심의 결론을 지지한 예가 있다는 점이다(다만 위 두 사건의 사실관계는 모두 인도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양수금을 청구원인으로 변경 또는 추가함으로써 재판상 청구 자체가 제척기간 내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재판외 청구의 인정 여부와 관계 없이 어차피 원고측의 권리행사가 받아들여질 사안이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 전에 하자보수를 요구한 사정을 ‘원심이 든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달리 볼 수 없다’고 설시함으로써, 분명치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보수요구를 재판외 권리행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게 되었다(나아가 최근 선고된 2011. 3. 10. 선고 2010다27229 판결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지, 구분소유자를 대신하여 하자보수를 요구하였다거나 구분소유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하여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상판결 이후 서울고등법원 건설전담재판부의 실무례는 재판외 권리행사를 통한 제척기간 준수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착된 듯하다. 위에서 본 대법원의 태도는 구분소유자로부터 위임 등의 권한수여를 받음이 없이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자보수요구를 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구분소유자를 대신해서 한 권리행사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다만 위에서 본 대법원의 일부 판결과 관련지어 볼 때 해석상 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위임 등의 권한수여가 사전에 묵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못 볼 바도 아닌만큼, 조만간 이 문제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보다 분명한 법리의 설시를 기대해 본다.

6. 일조권 등 침해와 분양자의 책임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다9139 판결

〈判決要旨〉
분양계약의 체결과정에서 일조나 조망, 사생활의 노출 차단 등에 관한 상황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에 이르도록 하는 약정이 이루어졌거나, 수분양자가 일조 등이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않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여 분양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수분양자들에게 그러한 사정을 설명·고지할 의무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된 아파트가 건축관계법령 및 주택법상의 주택건설기준에 적합하고 분양계약 체결 당시 수분양자에게 알려진 기본적인 건축계획대로 건축된 경우에는 일정시간 이상의 일조가 확보되지 않고 조망이 가려지며 사생활이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분양계약의 목적물로서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解說〉
대법원은 아파트 분양계약과 관련된 분양자의 채무불이행 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이 ‘분양된 아파트가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하거나 주택법상의 주택건설기준 등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왔다(2001. 6. 26. 선고 2000다44928 판결, 2008. 8. 21. 선고 2008다9358 판결).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아파트의 기본적인 건축계획은 분양계약 과정에서 계약서 및 부속서류, 광고·설명자료를 통하여 수분양자에게 제공되어 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되므로, 일조나 조망, 사생활의 노출 차단에 관하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특약이 있거나 신의칙상 분양자에게 설명·고지의무가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수분양자가 기본적인 건축계획에 의하여 결정되는 일조 등의 상황을 받아들여 분양계약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상 일조권 침해소송에 있어 수인한도 초과 여부의 판단기준이 되는 ‘동지일 기준 9시에서 15시 사이에 일조확보시간 2시간’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건축관계법령 등에 부합되고 수분양자에게 제공된 기본적인 건축계획대로 건축된 이상, 채무불이행이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종래 일조권 침해소송에서 대법원은 “토지의 소유자 등이 종전부터 향유하던 일조이익이 객관적인 생활이익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인근의 건물이 신축됨으로 인하여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사회통념상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를 넘게 되면 그 건축행위는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된다”는 판시를 하여 왔다(2000. 5. 16. 선고 98다56997 판결,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대상판결은 얼핏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조권 침해소송의 원고는 인근의 건축물이 신축됨으로써 종래 향유하던 일조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인 반면(즉 건축계획에 의하여 결정되는 일조의 상황을 받아들일 지위에 있지 않다), 대상판결의 원고는 당해 건축물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로서 분양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나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양자는 전혀 별개의 법률상 지위에 있고, 그에 따른 권리보호의 범위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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