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참금의 의미 및 분쟁 사례
1. 이혼소송 후 지참금 10억 요구사건의 내용
아내와 별거 중이던 30대 의사가 결혼 전 처가에서 약속한 지참금 10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즉, 전씨는 2005. 12.경 중매인 소개로 김씨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하던 중 2006. 1. 18.경 김씨의 부친(2010. 1.경 사망)은 '결혼을 하면 진주시 주약동 소재 부동산을 팔아 10억원 상당의 현금과 아파트를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원고 부친이 받았다. 그런데 전씨측은 예단비 1억원이 적다고 하면서 이를 문제삼아 혼인 전부터 파혼 얘기가 오고 갔었고(나중에 지급된 것까지 합하여 예단비는 총 2억원이 건너감) 우여곡절 끝에 2006. 6. 4. 결혼하였으나 결혼 후 신혼여행 때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여 A씨는 B씨에게 생활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결혼 전에 사귄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등 둘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이후 전씨는 "3,000만원의 빚 때문에 밖으로 나도는 것 같다"는 시아버지의 말을 듣고 대신 빚을 갚아줬다. 그러나 전씨는 여전히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2008. 1.경부터 별거를 하다가 오히려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 후 이혼소송을 냈다(혼인 뒤에도 결혼 전 사귄 여성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며 4년 가까이 별거를 하다 이혼 소송을 냈고,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전씨에게 있다"며 전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도리어 파탄책임이 있는 정씨는 예단비 등 2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음). 전 씨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결혼 전 약속한 지참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와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도 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별거 후 이혼소송을 내는 등 전씨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7일 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원심과 같이 패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위 사건을 계기로 지참금에 대한 의미와 효력, 이와 관련된 분쟁의 유형, 위 판결의 의미 등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지참금의 의미 및 예단비와의 구별
가. 지참금의 의미
현대에는 결혼할 때 신부가 신랑집에 가지고 가는 돈을 의미하나, 종래에는 돈 뿐만 아니라 지참하는 재산 전부를 포함하였다. 혼인을 할 때 신랑 쪽에서 금전이나 재물을 선물로 보내면, 보답으로 신부 쪽에서도 무언가를 보내야 하는데 그것이 지참 재산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것이 지참 재산의 기원이다.
W.마크의 《인류혼인사》에 의하면 출가하는 신부에게 부모나 친척들이 지참할 재산을 주는 관습이 미개인들 사이에 있었으며, 지참할 재산으로는 돈 외에도 식료품·의류·장식품·가구 등이 많았다. 가축도 중요한 재산이었다. 이를테면 인도의 데칸고원에 사는 토다족은 목걸이·팔찌·귀고리 등 귀금속과 함께 몇 마리의 물소를 주고, 시베리아의 사모예드족은 1개의 천막, 몇 마리의 순록, 썰매·의류·육류 등을 준다. 또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부유한 가정의 결혼에는 노예와 토지까지 지참한다. 문화 정도가 높은 민족은 토지·귀금속·화폐 등을 주어서 출가시킨다.
지참금은 북동아프리카의 마레아족처럼 완전히 남편의 소유물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민족은 부부 공동의 생활비로 충당하며, 이용할 권리는 남편에게 있더라도 소유권은 아내에게 주거나 아내에게 일부분을 쓸 권리를 준다.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에 지참재산은 아내의 생활 보장의 수단이 된다. 지참금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도 정식 혼인의 증거가 되었고, 현대에는 선진국에서도 부유한 집안에서는 결혼할 때 재산을 지참한다.
나. 예단비와의 구별
혼인할 때 신랑과 신부가 기념으로 주고받는 예단 또는 함 등 물품을 예물이라 하는데, 과거에는 정성을 보았던 이러한 예단ㆍ함 문화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선물 개념이 되었고, 또한 실용성을 중시하여 많은 부분이 현금화되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없었던 예단비, 봉채비, 꾸밈비 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3. 지참금 약정의 효력
지참금 지급 약정은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서 수여하기로 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민법상 증여계약이라 할 것인데(민법 제554조), 그 증여계약 중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계약(민법 제555조), 서면에 의한 증여계약이라도 망은행위가 있거나 재산상태의 현저한 악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해제가 가능하다(민법 제556조, 557조).
따라서 부부간 혼인 전에 구두로 지참금 지급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해제를 할 수 있으나, 부부간의 혼인 전 각서 등 서면에 의한 지참금 지급의 약정은 민법 제554조 및 제829조 제2항의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증여약정을 한 경우에 해당하여 법적 효력이 있다. 지참금 지급약속을 장인 등 아내 친정식구가 각서 등의 서면으로 작성하여 준 경우도 서면에 의한 증여계약으로서 법적으로 당연히 유효하나, 다만 사위의 망은행위가 있거나 재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되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그 해제가 가능하게 된다.
* 참조: 혼인할 때 아내가 친가로부터 결혼지참금을 받아 시집에 가져간 경우 생전 증여를 받은 것이 됨. 따라서 추후 상속이 개시될 경우에 본인의 구체적 상속분은 원래의 상속분에서 그 결혼지참금 만큼을 공제한 금액이 된다.
4. 지참금 관련 분쟁사례
가. 서 언
지참금과 관련하여 사회문제가 많이 되기는 하지만 서면으로 작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많다고는 볼 수 없는데, 지참금과 관련하여 문제되었던 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 국내 분쟁사례
(1) 혼인 전 지참금 액수가 문제가 되어 혼인이 파기하는 경우: 신랑 신부가 중매로 만나 서로 호감을 갖게 되자, 양측 어머니 사이의 합의로 신부측 어머니가 신랑(치과의사)측 어머니에게 미리 결혼지참금 조로 3억원을 지급하되 결혼식에 앞서 먼저 혼인신고서를 접수하는 조건으로 위 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혼인신고서를 접수하였는데, 신랑 어머니는 지참금이 지급될지가 불안하여 혼인신고서 접수를 보류한 날에 마침 신부어머니가 3억을 계좌송금하여 수령하였으나 그후 신랑측에서 뚜렷한 이유없이 결혼을 연기하고 상견례에 소극적인 태고를 보여 양측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결혼약속은 결국 파기되었고 신부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사건: 신랑 어머니에 대한 불법행위책임 인정됨(서울동부지법 2011. 10. 25. 선고 2010가단57450 판결).
(2) 혼인 후 지참금을 가져오지 않았거나 적다고 하면서 시모 등 시집식구들이 심한 시집살이를 시키거나 계속 멸시나 핀잔 등으로 심적부담을 주는 경우
(3) 남편이 처가 혼인할 때 지참금을 듬뿍 가지고 오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계속 구타하여 상처를 입힌 일이 있을 뿐 아니라 처의 친가 아버지(장인)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배우자 및 그 직계존속을 심히 부당하게 대우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므14 판결)
(4) 시모는 67세로서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미국에서 아들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처가 귀국하기 전에 처의 부모를 인사차 만나게 되자 "나는 아들의 이번 결혼을 반대하였는데 아들이 서둘러서 결혼하였다" "내가 젊을 때는 시집살이를 말도 못하게 하였다"는 등의 말을 하여 처음 만난 처의 부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니, 처가 귀국하여 함께 생활하게 되자 처에게 "한국에서 박사에게 시집을 오려면 아파트1채와 지참금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혼수감도 가지고 오지 않아 서운하다"는 등의 말을 하여 피청구인의 마음을 심히 불편하게 하므로 처도 이에 대항하여 시모와는 말도 잘하지 않고 지냄으로써 사이가 매우 나빠진 사례(서울고법 1989. 9. 8. 선고 88르2731, 2748 판결)
(5) 혼인 전에 지참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이유로 혼인 후에도 계속 지참금을 요구하거나 지참금 청구소송을 하는 경우: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위가 결혼전에 지참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륜과 사회상규에 어긋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함(서울고법 2011. 11. 16. 선고 2011나43015 판결)
나. 외국 사례
(1) 2011. 10.경 인도에서 지참금이 적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델리 도심의 자택에서 당시 생후 7개월 된 손자를 안고 있던 작은 며느리에게 등유를 끼얹은 뒤 불을 붙여 사망케 한 사례: 시어머니는 종신형을 선고받음(인도 법원).
(2) 중국에서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성비가 깨지면서 지참금을 남자측에서 고액을 지불해야 결혼을 할 수 있는데, 친정 어머니가 지참금과 이혼 합의금을 챙기기 위해 12년만에 8차례나 딸의 이혼과 결혼을 반복시킨 사례: `학대`를 견디지 못한 딸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짐.
5. 위 사건 판결의 의미
2011. 11. 16. 판결 선고된 “지참금 지급 각서를 근거로 한 의사의 10억원 청구 사건”은, 우리 사회활동과 인간관계가 돈을 유일한 척도로 평가하는 현상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결혼생활까지도 돈을 유일하거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일침을 가한 판결이고,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회상규 및 예의와 염치, 인륜이라는 도덕윤리를 근거로 권리남용여부를 판단하여 구체적 정의를 실현한 점이 특기하다 할 것이다.
6. 지참금과 결혼의 의미
지참금은 결혼에 대한 증거금이나 혼인 초기 경제적지원의 의미로 지급되어 왔던 것이 통례로서, 이는 우리 사회만의 특유한 현상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일반적인 현상이고, 또 혼인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참금이 너무 과다하지 않는 한 지급하는 것 자체가 크게 도덕적ㆍ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지참금이 너무 과다하거나 혼인의 조건 또는 혼인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된다면 지참금 문제로 인하여 혼인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혼인 성립 이후에도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과다한 지참금을 가져온 측에서도 자신의 재력을 과시할 수도 있어 불편한 혼인관계가 발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참금을 지급하더라도 혼인의 조건이 아닌 사랑과 애정의 증표로서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의 혼인문화에 대한 각성과 새로운 정립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