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도 강간죄 인정
서울고법 제9형사부는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위협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된 000씨에 대하여 2011. 9. 22.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법률상 아내가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고, 부부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 협박 등으로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까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A씨의 행위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법률상 처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혼인계약의 내용에 강요된 동침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느 점을 근거로 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긍정설,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에는 강간죄는 성립될 수 없고 폭행 협박에 대하여는 별도의 죄가 성립한다는 부정설 등의 견해대립이 있었고, 대법원은 부정설을 취하고 있었다.
즉, 대법원은 1970. 3. 10. 선고 70도29판결에서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을 써서 강제로 처를 간음했다고 하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그 이후 그 판결은 40여년이 넘는 동안 유지되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로는 2009. 1. 부산지법 제5형사부(제1심판결)에서 "법이 강간죄로 보호하려는 대상은 여성의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며 아내 또한 이런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아내에 대한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 하였으나 그 판결선고 후 4일 뒤 피고인이 자살을 하여 항소심 판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항소심 판결로는 이번의 위 서울고법 제9형사부 판결이 처음이고 위 부산지법 판결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기간은 2011. 9. 29.까지로서 피고인이 위 일자까지 대법원에 상고를 할 경우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는데, 1970년의 판결을 유지하여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환송할 것인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