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일명 자체감리조항)에 대한 소고
감리제언I : 자체감리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칼럼
1. 관련규정의 제정 및 개정과정
가. 우리나라 감리의 경우 1962년 건축법 및 1964년 건축사법의 제정으로 공사감리제도의 골격을 형성하였다. 1984년에는 공공공사에 대하여 시공감리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였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었고 1986년 독립기념관 화재사건으로 건설공사 제도개선 및 부실대책이 마련되어 감리업무가 강조되었다.
나. 이에 정부는 1987. 8. 7. 정부에서 건설기술관리법을 국회에 입법 제안하였는데(의안번호 439호), 이는 국회의 논의를 거쳐 1987. 10. 24. 법률 제3934호로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동법 시행령도 1989. 5. 1. 대통령령 제12692호로 제정되었다.
다. 건설기술관리법 제정 후 4~5년을 시행해 오던 정부는 시공감리제도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하여 1992. 11.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국회는 이에 관한 논의를 거쳐 감리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강화하는 형태로 1993. 6. 11. 법률 제4562호로 개정하였고, 이에 따라 시행령도 같은 해 12. 31. 대통령령 제14093호로 개정되었다. (책임감리는 1994년 총공사비 50억 이상의 모든 건설공사에 적용하였고, 1999년부터는 100억원 이상, 2009년부터는 200억 이상의 건설공사에 적용함)
1993. 6. 11. 개정된 건설기술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의 규정 내용은,
법 제27조 제1항 본문 및 단서, 제2항은 그 규정의 형식이 일부 변경되었고, 다만 동법 시행령 제50조(현행 제102호) 제1항 제3호에 「제47조의 2(현행 제84조) 제1항 각호의 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가 시행하는 공사로서 해당 기관 또는 공사의 소속 직원이 제52조(현행 제10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감리원의 배치기준에 따라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사」라는 규정을 새로이 추가함으로써 정부기관 및 공사 등은 전부 책임감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동법 시행령 제102호 제2항 제3호는 그 도입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그 도입당시 동법 시행령 제47조의 2 제1항에서 정한 각호의 기관은, 차츰 변경ㆍ증가되어 현재는 종래의 제1호는 국토해양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 공기업ㆍ준정부기관으로 변경되었고, 제5호는 삭제되고, 새로이 5.「한국석유공사법」에 따른 한국석유공사, 6.「한국환경공단법」에 따른 한국환경공단, 7.「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따른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8.「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9.「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추가되어, 그 제외 기관의 수가 9종으로 늘어났다.
라. 책임감리제도는 수차에 걸쳐 개정되었으나 그 법률규정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대동소이하였는데, 1993. 6. 11. 동법 개정시에 이르러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건설공사의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하여 제27조 제1항에서 발주청(건설공사 또는 건설기술용역을 발주하는 국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의미함, 법 제2조 제5호)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책임감리제도를 취하고, 예외적으로 일부 건설공사를 책임감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형태로 변경하였다.
그럼에도 동법 시행령은 정부투자기관, 각종 공사 및 공단 등이 행하는 공사 일체에 대하여 책임감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대형건설공사에 관하여도 제3자에 의한 감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였고 이로 인하여 대형건설공사 부실공사 방지 및 품질관리 기능을 대폭강화 하고자하는 입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2. 건설감리제도의 필요성
가. 감리의 의의 및 성격
건설기술관리법에서는 감리란 건설공사가 설계도서 및 그 밖의 관계서류와 관계법령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ㆍ시공관리ㆍ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9, 10호)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의 규정상 감리계약의 법적성질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노무공급계약 중 고용, 도급, 위임 3가지이다. 그런데 공사감리는 설계도서의 검토, 공사가 설계도서대로 되는지 여부의 확인, 공사비지급 심사 내지 승인, 준공신청서 서명 등의 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감리원은 하자 없는 건축물의 완성 자체를 의무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량에 따라 시공자가 하자 없는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도서 대로의 시공여부를 확인하는 행위와 시공자를 지도하는 행위를 할 것을 의무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물의 공사감리계약은 위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건설공사감리계약의 성격은 그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위임계약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19342 판결), 한편으로는 “건축공사 감리계약은 그 법률적 성질이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위임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감리계약의 특수성에 비추어 위임계약에 관한 민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민법상 위임계약과 다른 감리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함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11236 판결)
나. 감리의 필요성 및 역할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취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은 견제와 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이념 하에서 국가권력 작용을 입법, 사법, 행정 셋으로 나누어 이를 각각 별개의 기관에 각 배분하여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이를 건설산업에 적용시켜 보면 설계는 입법기능, 시공은 행정기능, 감리는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 발주청 발주 공사의 책임감리제도의 채택
발주청(건설공사 또는 건설기술용역을 발주하는 국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의미함, 법 제2조 제5호)이 발주하는 일정한 공사의 책임감리는 감리회사가 당해 공사의 설계도서 기타 관계서류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ㆍ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기술 지도를 하며, 발주자의 위탁에 의하여 관계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는 것을 말한다.
3. 책임감리 제외 규정의 위헌성
가.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 위반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기술관리법 법 제27조(건설공사의 책임감리 등) 제1항은 「발주청은 발주하는 건설공사의 품질의 확보 및 향상을 위하여 제28조에 따른 감리회사로 하여금 책임감리를 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조항 단서 규정에 의하여 책임감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사‘에 관하여 동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은 ① 「문화재보호법」 제2조제2항 및 제32조에 따른 지정문화재 및 가지정문화재의 수리ㆍ복원ㆍ정비공사, ② 「농어촌정비법」 제2조제4호ㆍ제10호 및 같은 법 제78조에 따른 농어촌정비사업ㆍ생활환경정비사업 및 농공단지개발사업에 따른 공사, ③ 공사의 내용이 단순ㆍ반복적인 건설공사로서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공사, ④ 보안이 필요한 군 특수공사, 교정시설공사 및 국가기밀 관련 건설공사, ⑤ 기술이 필요한 방송시설공사, ⑥ 원자력시설공사 등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기술관리법시행령 제102조(특히, 제2항)는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1항 단서(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 책임감리에서 제외할 수 있다)에 의한 위임명령이라 할 것이고, 위임명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건설공사’라 함은 건설시공업자가 수행하는 공사의 종류로서 공종과 같은 의미라 할 것인데, 위 시행령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건설기술관리법에는 공종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공사가액의 상하한 등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는 일반적ㆍ포괄적 위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1항 단서는 책임감리 제외 공종에 관하여 그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백지위임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나. 평등권, 직업수행의 자유의 침해
건설기술관리법 법 제27조(건설공사의 책임감리 등) 제1항은 「발주청은 발주하는 건설공사의 품질의 확보 및 향상을 위하여 제28조에 따른 감리회사로 하여금 책임감리를 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조항 단서 규정에 의하여 책임감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사‘에 관하여 동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 제3호는 「제84조 각 호의 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가 시행하는 공사로서 해당 기관 또는 공사의 소속 직원(법 제27조의2에 따른 검측감리원ㆍ시공감리원을 포함한다)이 제105조에 따른 감리원의 배치기준에 따라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시행령 제84조에서 규정한 각호의 기관 및 지방공사가 시행하는 공사는 책임감리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실제에 있어서도 책임감리를 받는 경우는 전혀 없다. 동법 제27조 단서는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 책임감리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서 공종과 그 공사를 시행하는 기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1항을 공기업 등 일정주체가 하는 공종의 전부를 책임감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수권규정으로 해석하려면 동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 책임감리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1항 단서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이른바 “건설공사”란 공사의 종류인 공종을 의미하는 것이지 공사 발주기관까지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라는 말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 제3호는 「제84조 각 호의 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가 시행하는 공사로서 해당 기관 또는 공사의 소속 직원(법 제27조의2에 따른 검측감리원ㆍ시공감리원을 포함한다)이 제105조에 따른 감리원의 배치기준에 따라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사」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공종에 관계없이 공기업 등이 공사를 발주한 경우에는 전면적으로 책임감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서 상위법인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일정한 공종만을 책임감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규정에 위배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건설공사 일체에 관하여 특혜를 베풀고, 감리업 종사자로 하여금 공기업 등에 관하여 감리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박탈하며, 공기업 등 기관 자신이 자체감리를 하게 함으로써 제3의 기관에 의한 감시기능을 박탈하여 공사의 부실을 가져오는 것이 되고, 또한 법률에서 위임하지도 않은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 제3호는 대통령이 시행령 제정권을 행사함에 있어 위임입법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감리업체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과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할 것이다
다. 감리제도의 본질 및 도입취지에 반함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견제를 위해 권력분립 내지 권한분배의 방식을 채택하고 이에 기하여 권력과 권한을 각각 별개의 기관에 각 배분하여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감시와 견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건설산업에서의 감리는 건설공사 시공자 및 건축주의 시공 적합성 및 법규 준수 확인하며 잘못된 점 지적 시정조치를 취하는 업무를 하는 것인바, 이는 시공권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써 시공권을 가지는 시공자가 병합하여 가질 수 있는 권한이 아닌 것이고, 또한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이를 통한 품질향상을 기하고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건설공사의 사고예방을 위하여 건설공사의 품질관리 및 감리기능을 대폭강화하려는 감리제도의 도입취지나 목적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결국 건설공사의 부실은 인적ㆍ물적으로 지대한 피해를 가져오고 특히 대형건설공사의 경우 그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 후단의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4. 결 론
위임명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발할 수 있는 것으로서 상위법에서 하위법에 위임을 하는 경우 그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건설기술관리법 제27조 제1항 단서는 책임감리 제외 공종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백지위임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 제3호의 자체감리규정은 상위법의 위임을 받지 않은 사항을 규정한 것이고, 또한 시공권과 감리권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1인에게 부여할 수 없는 권한임에도 동일한 자에게 부여한 것으로서 이는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 및 품질향상,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건설공사의 사고를 방지라는 도입취지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결국 동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 제3호는 상위법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사항을 규정하여 다른 업종 종사자와 달리 감리업 종사자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여 규정하고 건설공사의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 인적ㆍ물적 피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써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과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 후단의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